아침에 문화체육관광부 앞에는 1인시위를 하는 사람이 꼭 한명씩은 있습니다. 나눠주는 전단을 받아들고 계단을 오르며 읽는데 가슴 찡해서 올려봅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읽어보고 평범한 우리네들처럼 가슴찡함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혹, 사과를 구둣발로 짓이겨 버리려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 아닐지... 걱정이네요. 요즘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자면 왜 자꾸 이런류의 글만 쓰게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제해야지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폐지 반대!! 제발, 가슴 속에서 아우성치는 울림을 외면하지 마세요. 약체인 우리를 강하게 하는 건 세상과 호흡하는 이 끈끈하고 따듯한 마음입니다. 세상의 본질을 가르는 건 경제관념도 이데올로기도 아닙니다. 이, 울림입니다. 우리의 현장을 지켜주세요.

 그때 나는

나희덕

그때 나는 사과를 줍고 있었는데
재활원 비탈길에 어떤 아이가 먹다 떨어뜨린
사과를 허리굽혀 줍고 있었는데
내가 주워올린 것은
흙 묻은 나의 심장이었다
그때 나는 다른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내 손에 들린 것은
내 생의 무거운 가방이었다
그때 나는 성한 몸이라는 것조차 괴로웠는데
그 아이는 비뚤어진 입과 눈으로
자꾸만 웃었다 나도 따라 웃곤 했는데
그때마다 비탈의 나무들은 휘어지고 흔들렸는데
그 휘어짐에 놀라 새들은 날개를 멈칫거리고
새들 대신 날개 없는 나뭇잎만 날아올랐다
그때 나는 괴로워을까 행복했을까

오늘 아침 땅 위에 떨어진 사과 한 알
천국과 지옥의 경계처럼
베어먹은 살에만 흙이 묻어 있다
그때처럼 주워 들었지만
나는 그게 내 마음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살아서 심장에 흙이 묻을 수 있다니
그랬다면 이 버려진 사과처럼 행복했을까 괴로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