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수영아
사랑하는 나의 딸 수영아! 우리 수영이가 태어난지 벌써 49개월이 됐구나. 수영이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빤 사실 수영이가 수술을 하고 나올거라 생각을 못 해서 갑작스러운 제왕절개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단다. 정말 끝나는 줄 알았지. 한번도 생각을 안 해봤거든. 그렇게 태어난 수영이가 너무나도 튼튼하게 너무나도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아빠는 너무나도 행복하구나. ^_________^ 평강어린이집으로 옮기고 나더 부쩍 말이 많아진 우리 수영이! 친구들도 많고 선생님도 많고 재미난 것도 많고 ^^ 영어도 배우고 중국어도 배우고 ^^ 그리고 뮤지컬도 보러가고 버스타고 여행도고 ^^ 아침마다 놀이방 안간다고 울고 불고하던 수영이가 이제는 토,일요일이면 언제 놀이방 가냐고 물어보곤하지? 대견스러운 우리 큰 딸 ^^
사랑하는 나의 딸 수영아, 그제 아침에 엄마랑 아빠가 다툴때 어떻게든 그 싸움을 말려보려고 애 쓰는 모습에 아빠는 무척 마음 아팠단다. 애초에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줘야하는건데... 참 미안하구나. 아빠가 수영이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좀전에 화장실에서 수영이와 아빠가 나눈 대화때문이란다. 요즘 엄마와 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수영이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혼도 많이 내고 그런게 반복되다보니 별거 아닌건도 화를 내게되고... 오늘도 병문안 다녀와서 엄마에게 혼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더구나. 그래서 양치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간 수영이를 따라 들어가서 수영이를 꼭 안고 아빠가 이렇게 얘기했지. "수영아, 요즘 엄마 아빠가 수영이한테 짜증 많이 내지? 요즘 엄마 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 그래도 수영이 아빠가 아침마다 하는 말 기억하지? 기죽지말고 씩씩하고 당당하고..." 그랬더니 수영이가 이렇게 말하더구나. "아빠, 그 마음 다 알아요" 그리곤 눈물을 뚝뚝흘렸지. "아빠, 그 마음 다 알아요".... 사실 이런 말을 이제 막 네돌 지난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아빠 마음이 더 아프구나. 우리 수영이 이제 막 다섯살이 된건데 엄마 아빠가 수영이에게 너무 무리한걸 요구하는게 아닌지...
사랑하는 나의 딸 수영아, 아빠는 수영이가 참 자랑스럽구나. 수영이는 18개월쯤에 숫자를 10까지 알았지. 아빠는 6살때 10까지 알았단다 ㅡㅡ;; 그리고 30개월쯤에 가에서부터 하까지 외웠고, 그 즈음에 알파벳도 외웠지. 물론 알파벳은 지금도 좀 엉터리긴 하지만 ^^ 요즘 띄엄띄엄 작은 동화책을 혼자 읽어나가는 수영이가 너무나도 신기하고 자랑스럽구나. 간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읽기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할머니가 오늘 아침에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어제부터 씽크빅 선생님이랑 공부를 했을텐데 ^^ 수영이 많이 기다렸었는데, 아빠도 아쉽구나.
사랑하는 나의 딸 수영아, 수영이가 자고 있을때 동생 재희가 기어와서 귀찮게 굴때 엄마, 아빠보다 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재희를 안아주는 수영이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란다. 엄마 아빠가 재희를 편애한다고 생각해서 "아빠, 왜 재희만 예뻐해요?"라고 말하거나 "아빠, 수영이가 재희보다 늦게 태어날걸 그랬어요."라고 말할땐 아빠도 가슴이 아프단다. 하지만 금새 털어버리고 재희를 듬뻑 사랑해주는 우리 큰딸이 얼마나 장한지 모른단다. 오늘 할머니 병문안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빠, 근데 할머니 병원에서 왜 이렇게 빨리 와요?"라고 말할때 화를 냈지만 아빠의 가슴이 뜨끔했단다. 어른들은 스스로의 부끄러운 모습을 그렇게 화로 표출하는가봐.
사랑하는 나의 딸 수영아, 올초까지만해도 아빠는 수영이에게 공부만 제대로 시켜주면 그것이 최고일거라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엄마보다 아빠가 더 나서서 수영이 글자도 가르키고 숫자도 가르키고 알파벳도 가르키고 했었지. 하지만 자꾸 생각이 변하는구나. 그렇게 키워놓으면 우리 수영이가 행복하다 생각할까?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고 수영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면 어떨까? (근데 엄마회사는 큰 회사라서 수영이 재희 대학 학비까지 나와서....) 아빠는 요즘 우리가 시골로 이사를 가는건 어떨까도 심각하게 고민을 한단다. 물론 여기 서울에서의 생활도 나름 괜찮지만 우리 수영이가 더 신나게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고 싶구나.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것 같아. 엄마의 반대도 반대지만 아빠도 살짝 두렵거든.
지금 혼자 자고 있는 우리 수영이, 내일 아침이면 또 다시 유쾌한 목소리로 아빠를 깨워줄거라 믿어.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고 착하고 인사 잘하는 수영이로 자라주길 바래. 아빠가 우리 수영이 지켜줄께 항상 ^^ 사랑한단다 우리 큰딸 수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