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태릉으로 눈썰매 타러가자는 아내의 얘기를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 오랜만에 우이천으로 바람을 쐬러 갔어.
우이천 상황이 어떨거란 고려없이 그냥 따뜻하게만 입혀 나갔거든.
눈이 많이 내렸고 우이천쪽이 조금 음지라 눈이 녹지 않았다는 정도는 이동을 하면서 봐왔었는데
이게 왠걸... 아내가 그렇게 부르던 눈썰매장이 우이천에서 펼쳐져 있었어.
다시 한번 우이천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었지.
사실, 이사를 고민하면서 부동산에 아파트 시세가 어떤지 알아보러 갔었는데 재개발 얘기를 하더라구.
여느 부동산업자 같으면 얼마에 내놓을거냐 집상태가 어떠냐? 그러고 말았을텐데
이 사장님은 얼토당토않게 재개발 얘기가 나오니 팔지말고 전세로 주는것도 좋겠다는거야...
아,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네....
수영이야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했지만 재희는 처음으로 눈 위에 서보는 순간이었지.
주위에 눈썰매 타는 아이들을 보고 수영이도 너무타고 싶어해서 누군가 타다 버리고 간 비닐봉투를 주워서 신나게 탔지.
내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고나할까?!
수영이는 확실히 많이 자랐어. 혼자서도 잘 타더라구.
아내는 허리디스크 3개에 문제가 있어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즐겁게 몇번 탔지.
근데 길이가 길지 않아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너무 행복하게 타더라구 ^^
병원 한번 가면 15만원짜리 주사를 맞으면서도 뒷일 생각안하고 타잖아!! 크킄
처음 밟아보고 처음 앉아보고 처음 만져보는 눈이 마냥 신기했겠지?
하얗고 깨끗하고... 뭔가 자기와 통한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재희의 모습에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인걸 재희는 모르겠지?
혹시 주위에 저런 썰매를 파는 곳이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물어봤지. 만들어왔다네.
별수있나.. 우리도 만들어야지.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합판 하나 주워가고, 망궈진 빨래건조대에서 바닥에 깔 철사 두개 건져내고, 쓰다 남은 놀이방매트 조금...
그럭저럭 괜찮은 썰매가 30분만에 완성됐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적당한 두께의 각목에 철사를 댔다면 썰매를 끌때 눈이 썰매 위로 올라오는 일이 적었을텐데하는거야.
그렇다고 못 탈만큼은 아니었어. 아니 장점도 있긴했지. 얼음위가 아니라 눈위에서도 잘 끌렸다는 점.
역시 보모라는 이름에서 대단한 힘이 나오는 것 같아.
암튼 썰매를 만들어 다시 우이천으로 나갔더니 수영이가 정말 좋아했어.
문제는 그 좋아하는 것이 길지 않았다는건데... 괜찮아. 짧지만 그 시간동안 나도 무지 행복했거든.
저 썰매는 가지고 와서 창고에 잘 보관중이야. 아마도 오는 주말에 우이천에 눈과 얼음이 그대로 있다면 다시 사용할 수 있겠지.
금새 다시 밝아진 모습이지. 집에서 가져온 하얀 봉지위에 앉아서 신나게 눈썰매를 즐기고 있어.
재희는 엄마품에서 자고 있네 ^^
어떤게 더 재미있고 더 위험하고 더 쓰릴있는지 말이야.
누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 비닐봉투를 촤악~ 펼쳐서는 배를 땅에 대고 엎드려서 신나게 눈썰매를 즐겼지.
그때도 그랬지만 사진으로 다시봐도 행복해. 즐겁게 눈썰매타는 수영이만큼 아빠인 나도 행복해.
언제나처럼 우이천은 참 고마운 존재야.
여름에 비가 내려 수량이 좀 많아지면 아이들에게 즐겁게 물놀이 할 공간을 제공해주지,
시시때때로 변하는 계절을 즐길수도 있고,
크고 작은 새들과 크고 작은 물고기들도 가득하고...
처음이긴하지만 겨울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썰매 탈 공간도 만들어주고 말이야.
아내가 여기를 벗어나기 싫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