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눈사람 만들러가요.
어젯밤 늦은 시각에 베란다로 나간 아내가 살며시 저를 부릅니다.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키며 수영이가 듣지 못하게 "밖에 눈와?!"라고 조용히 얘기하더군요. 그것은 지금 수영이랑 밖에 나가서 놀아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행동이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는 수영이에게 눈이 온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수영이는 즉각적으로 "아빠, 우리 눈사람 만들러가요! 네?"라고 제게 물어오더군요. 그래서 중무장을 하고 아파트 놀이터로가서 한시간이나 놀다 들어왔습니다.
강아지마냥 흰눈이 즐거운 수영이.
일기예보에서 눈얘기가 나올때부터 눈을 기다렸던 수영이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복도에 쌓인 눈때문에 눈을 만지기도전에 넘어졌습니다. 벌러덩 누워서 엉엉 울다 겨우 일어나서는 제게 잔소리를 합니다. "아빠, 수영이 좀 데리고 가세요." 겨우겨우 놀이터에 도착하니 "아빠, 우리 눈싸움해요?!"라며 수영이가 도전을 하더군요. 게임 결과는? 엥? 잠깐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5개나 만들어줬습니다. 마지막 눈사람은 수영이만큼 큰 눈사람으로 만들어줬는데 수영이가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코가 빨개지고 손이 꽁꽁 얼어가는데도 들어가지않겠다면 "아빠, 우리 좀 더 놀아요?", "아빠, 우리 시소 타요?", "아빠, 우리 그네 타요?"를 연발하며 첫눈을 즐겼습니다.
출근하니 시간이 없네요.
오늘부터 출근을 하게되어 어제 찍은 사진을 편집할 시간이 나질않아 그냥 한장씩 편집없이 사이즈만 줄여 올립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주말을 이용해서 정리를 해봐야죠.
6시 43분, 아내에게 퇴근하노라 전화를 했습니다. 내일부터 야근을 하게될거라고 얘기를 하면서부터 전화통화 분위기는 급랭해졌죠. "야근 없다며? 상황이 그런데 어떻해?" 서로의 입장만 얘기하며 옥신각신... 집에와서까지... 제가 야근을 하게되면 아내가 집안일에 아이들 뒷치닥거리에 힘들어지는건 알지만 그렇다고 첫출근을 하고 돌아오는 제 기분을 그렇게 망쳐버릴 것까진 없었다 생각합니다. 기분이 상한 저는 저녁도 못 먹었네요. (아 배고프다...)
대한민국의 이런 현실이 너무 싫고 답답합니다. (쌩뚱맞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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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orah 2008.12.08 23:15
사모님 심정도 이해가 가고 ..애들 아빠이시고 가장이신 열산성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이래서 삶이 고달프다고 하나봅니다. 잘 이겨내고 견디어 낼 줄 믿어요. 힘든 순간은 잠시 잠깐인데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더 잘해주고 더 노력 하는 수 밖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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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ino 2008.12.09 10:24
저정도 크기 눈사람이면 만들 때 꽤 걸렸겠는데요.
저도 수영양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눈사람이 있어서 트랙백 남깁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
연신내새댁 2008.12.09 10:40
이 댁, 저 댁 첫눈 소식 보는게 넘 재밌습니다. 아이들 나이에 따라 첫눈 풍경이 다 달라요~^^
똑순이가 수영이만큼 크면 같이 눈사람만들며 놀아야지~~! 생각만해도 즐겁습니다.
저희집 첫눈소식도 트랙백 걸어봅니다.
첫출근 축하드립니다~!^^ 지난 포스팅들 보면서 혼자 속으로 걱정했답니다.
출근 이후 풍경은 저희집과 똑같군요. ㅠㅠ
저는 이제 야근은 약간 포기상태..ㅠㅠ 그나마 주말 이틀다 출근하는 신랑이랑 이번 주말에는 한바탕 했지요. 세계최장 노동시간 대한민국.. 정말 넘 합니다.
열산성님네는 아기가 둘이니.. 남편이 야근하면 아내분께서 얼마나 더 힘드실까요. 휴.....
두 분 다 힘내시길 빕니다.. 아자아자!!! 저희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
MindEater™ 2008.12.09 16:24 신고
어찌 속마음까지 그랬겠어요?? 이래 말은 해도 근데 막상 닥치면 저도 막 싸웠을거 같다는~~~ ^^;;;;;
힘내시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마쉬 2008.12.09 16:58
웃~ 사진은 수영이가 넘넘 이뻐서요 ^______^ 이러공 보다가요
글읽으면서요 @@;;;;
그래두요~ 넘넘 사랑하시잖아요 ^-^)/
오늘은 사랑을 확인하는 멘트라도 보내세요 "사랑해~~" 라구요 흐흐
아짜아짜~~~!!! 수영이 넘넘 깜찍하고 이뻐요 >.< -